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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Insight#10

초기 스타트업의 답은 대시보드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어요

스타트업 · 고객 리서치2026.04.10

0-1 단계에서 데이터보다 먼저 해야 할 것


PM 취준생 HD님의 질문: 스타트업에서는 ROI 트래킹부터 데이터 수집까지 PM이 직접 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raw data를 관찰하고 수집해서 의미 있는 구조로 만드나요?

이 질문이 반가웠어요. 답변으로 도구 활용에 대한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 무엇을 raw data로 볼 것인가, 그리고 지금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는 단계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먼저 하게 되었어요. 고객을 만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패턴이라 이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15초 요약

핵심 한 줄: 0-1 단계의 진짜 raw data는 잠재 고객이에요. 그 고객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대시보드의 data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요.

스타트업 PM을 준비한다면 SQL보다, GA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지금 데이터를 봐야 하는 단계인지를 판단하는 것, 그리고 데이터가 없는 단계에서 진짜 raw data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에요. PMF를 찾기 전에 숫자를 보는 건 방향이 틀렸는데 속도만 올리는 것과 같아요. 0-1 단계에서 PM의 역할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보다 잠재 고객을 찾아가서 그들의 문제를 직접 수집하는 것이 중요해요.


알아두면 좋은 용어

  • raw data: 가공·분석되기 전의 원천 데이터. 로그 데이터, 인터뷰 녹취록, 관찰 기록 모두 raw data예요.
  • **PMF **(Product-Market Fit): 제품이 시장의 실제 수요에 맞아떨어지는 상태.
  • 0-1 단계: 제품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첫 번째 실제 고객을 찾는 초기 단계.
  • 쓸모(Utility): 이 서비스가 고객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는가.
  • 사용성(Usability): 그 서비스를 쓰기 편한가. UI가 얼마나 쉽고 편한가에 대한 것이에요.
  • 페인킬러 고객: 지금 당장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상에 지장이 생기는 사람.

Y's Insight

오늘의 Y's Insight는 쿠팡·토스 등 프로덕트 회사에서 20년간 UX리서처로 일하며, 0-1 단계 스타트업부터 성장기 제품까지 2,000건 이상의 고객 인터뷰를 진행한 멘토 Fred(프레드)님이 작성했습니다.


raw data가 무엇인지

raw data를 들으면 보통 이런 것들이 떠올라요.

제품에 쌓이는 로그 데이터, 회원 프로필 정보, 매출 데이터. 클릭했는지,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디서 이탈했는지. 제품이 출시되면 이런 데이터들이 계속 쌓여요. 그래서 ROI를 보거나, 퍼널 CVR을 보거나, 특정 페이지 CTR을 보거나, 복잡다단하게 분석하죠.

근데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먼저 확인할 게 있어요.

지금 그 데이터, 충분히 쌓이고 있나요?


PMF를 찾기 전의 데이터

유저가 100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CVR이 낮다고 랜딩페이지를 고치고 있으면, 방향 자체가 틀렸는데 속도만 올리는 셈이에요. A/B 테스트를 돌릴 표본도 없고, 퍼널을 분석할 모수도 없어요. 숫자가 작을 때 데이터는 신호가 아니라 노이즈일 수 있어요. 그래서 PMF를 찾기 이전 단계에서 데이터를 보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10-100 단계쯤 되면 얘기가 달라져요. 데이터를 심층 분석해서 세부 문제를 찾아내는 게 중요해져요. 숫자가 문제를 보여주거든요.

그렇다면 0-1 단계에서 진짜 raw data는 무엇일까요.


0-1 단계의 진짜 raw data

잠재 고객은 우리 제품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지금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미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그 행동 속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그 사람들은 제품 데이터로 볼 수가 없어요. 제품을 아직 안 쓰고 있으니까요. data에는 없는 사람들이에요. 직접 찾아가야 해요.

그 잠재 고객을 만나서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요.

진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그 문제를 지금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당장 해결하고 싶을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시간을 쓰거나 돈을 내면서까지요. 이게 확인이 안 되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팔리지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우리 제품이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고 있는가.


과감하게 피벗해야할 때

초기 스타트업에서 피벗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을 충분히 만나지 않았기 때문도 있어요.

고객을 만나면 신호가 와요. "사실 이 문제보다 저 문제가 더 급해요." "이 제품은 별로 안 쓰는데 저거는 매일 써요." 그 신호를 직접 들으면 방향을 바꾸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근거가 있으니까요.

PM의 역할은 데이터를 뽑는 것보다, 잠재 고객을 찾아가서, 그들의 문제를 직접 수집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게 0-1 단계의 진짜 raw data 수집이라고 생각해요.


AI가 다 해주는데 왜 직접 만나야 하나요?

요즘은 AI에게 물어보면 고객 페르소나도 만들어주고, 인터뷰 질문도 짜줘요. 심지어 AI가 직접 인터뷰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도 생겼어요.

근데 여기서 한 가지를 알고 있어야 해요.

AI는 평균적인 답을 줘요. 수많은 데이터에서 가장 그럴듯한 패턴을 골라내는 거거든요. 그래서 AI가 만들어준 페르소나는 대체로 그럴듯해 보여요.

AI는 가장자리를 없애버린다는 표현이 있어요. 어색한 발언, 감정의 전환, 민감한 질문 뒤의 침묵. 이런 것들을 AI가 튀는 값으로 처리하거나, 더 자연스러운 언어로 바꿔버린다는 거예요.

근데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게 바로 그 가장자리예요.

열 명 중 아홉 명은 "불편하긴 한데 그냥 쓰고 있어요"라고 해도, 한 명이 "이 문제 때문에 진짜 힘들었어요"라고 하는 그 순간. 그 한 명의 이야기에 제품의 방향이 담겨 있어요. AI는 그걸 평균으로 묻어버려요.


PM 지망생으로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SQL을 배우고, GA를 익히고, 데이터 분석 툴을 공부하는 것. 다 필요한 일이에요. 근데 더 중요한 게 있어요.

PM의 핵심 역량 중 하나는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거잖아요. 무엇을 먼저 만들고, 무엇을 나중에 만들지. 어떤 문제가 더 급하고, 어떤 문제는 지금이 아닌지.

근데 고객을 모른 채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는 없어요.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통을 겪는지를 알아야 어떤 수치를 봐야 하는지도 보여요. 어떤 이벤트를 심어야 하는지, 어떤 지표가 의미 있는지도 거기서 나와요. 도구는 그걸 알고 난 다음에 선택하면 돼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주변 사람들을 고객으로 바라보는 연습이에요. 친구가 불편하다고 하는 것, 동료가 반복적으로 겪는 문제, 가족이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들.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이런 액션을 취해보세요

고객을 만날 때 아래 세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어요.

첫째, 시장 조사와 고객 조사를 구분하세요.

"이 시장 규모는 수조 원이다", "성인의 85%가 이 문제를 겪는다" 이건 시장 조사예요. 필요한 일이지만, 이걸 가지고 고객을 안다고 착각하면 안 돼요.

고객 조사는 특정 한 사람의 경험을 이해하는 일이에요. 시장 규모가 아무리 커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통을 겪는지는 직접 만나야만 알 수 있어요.

둘째, 미래를 묻지 마세요. 실제로 있었던 일만 물어요.

"이런 서비스 쓰실 것 같으세요?"는 의미 없는 질문이에요. 사람들은 미래를 상상으로 대답하고, 실제로는 다르게 행동해요. 1989년에 창간한 한 여성지 마리안느는 사전 조사에서 구매 의향이 무려 95%였지만 17호 만에 폐간된 사례가 있어요. "살 것 같다"는 말과 실제로 "산다"는 행동은 달라요.

대신 이렇게 물어요.

  • 가장 최근에 이 문제가 생겼던 게 언제예요?
  • 그때 어떻게 하셨는지 처음부터 이야기해주실 수 있어요?
  •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자기한테 뭐가 제일 불편한지 잘 몰라요. 경험을 그대로 꺼내도록 하는 게 맞아요.

셋째, 쓸모와 사용성을 분리해서 봐요.

고객이 "화면이 복잡해요", "버튼을 못 찾겠어요"라고 하면 이건 사용성 문제예요. 고치면 돼요. 근데 그게 지금 당장 가장 급한 문제인지는 따로 판단해야 해요.

쓸모(Utility)와 사용성(Usability)은 별개의 문제예요. 쓸모는 "이 서비스가 고객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는가"이고, 사용성은 "그 서비스는 쓰기 편한가"예요. 둘 다 중요하지만 함께 섞어서 보면 안 돼요.

쓸모가 없는데 사용성을 개선하면, 원하지 않는 것을 편하게 제공하는 것에 불과해요. 쓸모가 있으면 조금 불편해도 고객은 써요.

고객 이야기를 들을 때, 지금 나오는 문제가 쓸모의 문제인지 사용성의 문제인지 구분하는 것. 그게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는 시작이에요.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고객을 만나면, 그 다음에 할 일이 보여요.

고객의 말에서 패턴을 찾고, 누가 더 아픈지를 기준으로 타겟을 점점 좁혀가면서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는 것. 그게 0-1 단계에서 PM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해결책은 그 다음 이야기예요.


근데 말이죠

고객을 만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어요.

10명을 만나서 나온 패턴이 1,000명에게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어요. 고객 인터뷰는 방향을 잡는 데 강하지만, 그 방향이 맞는지 규모 있게 확인하는 데는 약해요. 제품에 data가 쌓이기 시작하면, 정성에서 발견한 가설을 정량으로 검증해야 해요. 인터뷰에서 "이 기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면, 실제로 그 구간에서 이탈이 발생하는지 데이터로 확인하는 거예요. 정성은 무엇을 볼지를 알려주고, 정량은 그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알려줘요.

결국 순서의 이야기예요. 0-1에서는 고객 먼저, 데이터는 그 다음이에요. 이 순서를 반대로 하면 데이터는 쌓이는데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요. 도구를 잘 쓰는 PM보다, 무엇을 봐야 할지 아는 PM이 먼저예요.